침묵 MUTISME

2012. 7. 24. 10:07 from 30





침묵 MUTISME


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보내는 말(편지나 담론)에 대해 사랑하는 이가 대답하지 않거나, 혹은 인색하게 대답하면 괴로워한다.


내가 뒤늦게야 포착할 수 있는 이 '회피하는 듯한 말듣기(écoute fuyante)'는 나를 비열한 상념 속으로 몰아 넣는다. 그를 유혹하려고, 즐겁게 해주려고 미칠 듯이 애를 쓰는 나는, 그에게 말을 하면서 재치의 보물들을 늘어 놓는다고 생각했는데, 그 보물들이 무관심하게 받아들여지다니!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내 '재능'을 낭비한 셈이 아닌가. 모든 감정적인 흥분. 학설. 지식. 부드러움 등, 내 자아의 모든 광채가 무기력한 공간 속으로 희미해져가고 무디어져 간다. 마치-죄스런 상념이긴 하지만- 내 재능이 그 사람의 재능을 능가하며, 혹은 내가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처럼. 그런데 감정의 관계란 하나의 정확한 기계이다. 일치라든가 음악적 의미에서의 정확함(justesse)이라는 것이 그 근본을 이룬다. 딱 들어 맞지 않는 것은 이내 지나친 것이 되어버린다. 나의 말(parole)은 정확히 말해 쓰레기가 아닌 '재고품(invendu)'이다. 제때에 (그 움직임 속에) 소비되지 않아 남아도는 것!

사랑의 단상 中/롤랑바르트





Comecar de Novo-Simone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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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nalbonjour :